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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드라마 등 가상의 세계를 다루는 픽션(fiction)과 사실(fact)을 소재로 하는 논픽션(non fiction)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팩트'를 소재로 한 '논픽션'이다. 다큐멘터리는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인간이나 자연이 만들어 내는 현상의 기록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생물체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뉴스가 단편적 사건 정보를 준다면 시사 프로그램은 사건과 사건의 연결성과 부감의 느낌을 준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은 객관적이다. 벌어진 사건의 객관적 사실 전달이 목적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팩트를 객관적으로 기술하지만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전달만이 목적이 아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우리가 흔히 '다큐멘터리스트(documentarist)'라고 부르는 다큐멘터리 연출자의 주관적 해석이 가능하다.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화씨 9/11(Fahrenheit 9/11)〉, 〈로저와 나(Roger & Me)〉 같은 다큐멘터리는 연출자의 현상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훨씬' 넓혀 놓았다. 여기서 '훨씬'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다큐멘터리의 창시자인 로버트 플래허티(Robert J. Flaherty)의 다큐멘터리 〈모아나(Moana)〉(1925) 이래로 '다큐멘터리의 주제에 대한 연출자의 처리(directorial manipulation of documentary subjects)'는 다큐멘터리의 고유한 성격이지만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이런 주관성을 훨씬 강화했기 때문이다. 전통 다큐멘터리 이론가들은 무어의 지나친 주관성에 의한 연출을 몬도가네 형식이라며 '몬도 필름(Mondo films)', 혹은 선전을 뜻하는 프로파간다에서 따서 '다큐-간다(Docu-ganda)'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햄버거만을 먹으면서 자신의 신체 변화를 관찰한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다큐멘터리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뉴스나 시사의 개별 아이템은 기획 의도가 없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스트의 주관적 기획 의도가 있다.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비록 주관적 해석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팩트의 객관성에 기초한 주관성이다. 즉, 왜곡된 팩트에 기초한 주관성은 다큐멘터리가 추구할 방향이 아니다. 혹은 팩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면, 즉 일부의 일이나 주장을 가지고 대부분의 주장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이 역시 제대로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팩트의 단순한 모음이 아니라 팩트를 다큐멘터리스트의 주관성에 기초하여 정리해 주제에 맞게 배열한 스토리다.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의 제작 기법은 '스토리텔링'이나 '구성 방법'과 동일하다. 문제는 다큐멘터리스트가 주제를 정했을 때 그 주제를 창의적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다. 주제에 따라 창의적인 접근법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창의성이란 주제의 표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제한적 요소를 가진다.

다큐멘터리 필름은 어떤 형식이든지 간에 현실의 기록을 영상적으로 표현하려는 형식이다. 광범위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현실을 카메라에 담는 모든 것은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표현 방법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특유의 것이 따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에서 현실을 다룬다고 해서 지금 존재하는 어떤 현실이라도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현실을 다큐멘트해야 할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다큐멘터리스트'가 결정한다. 그러나 어떤 현실을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주제 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이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 단순히 '현실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도 그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얻게 되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다큐멘터리의 가치(documentary value)'다.

다큐멘터리의 가치는 다큐멘터리의 창시자인 플래허티의 1925년 작품 〈모아나〉의 평이 당시 영화 잡지인 《무비고어(The Moviegoer)》에 실렸을 때 다큐멘터리 가치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개됐다. 다큐멘터리의 가치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이다. 〈모아나〉는 플래허티가 부인과 가족을 데리고 사모아에 가서 1년을 살면서 겪은 원시 체험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고전이다.

그러나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정보'의 모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다큐멘터리 소재로서 가치와는 거리감이 있다.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는 〈VJ 특공대〉는 다큐멘터리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VJ 특공대〉는 정보 버라이어티 쇼다. 혹은 단순히 정보 프로그램이다. 정보를 묶어서 보여 주는 목적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라면 이는 다큐멘터리의 현실성과 거리가 있다. 정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니라 인포메이션(information)이다.

1. 다큐멘터리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가?

당연히 스토리텔링이 가장 필요한 포맷이 장편 다큐멘터리(feature documentary)다. 다시 말하지만 다큐멘터리는 현실에 관한 드라마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다. 영어로 하면 '드라마로 만든 사실 이야기(Dramatised factual story)'인 것이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과 해소를 둘러싼 감정 구조의 묘사가 스토리 구성의 핵을 이룬다. 그리고 드라마의 스토리는 기승전결의 형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다큐멘터리의 발달 과정을 보면 다큐멘터리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드라마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다큐멘터리도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포맷이든지 스토리텔링 없이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가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픽션이냐 논픽션이냐에 관계없이 스토리텔링은 필요하다.

2. 다큐멘터리와 6㎜ 사용

시네마 베리테(cinema-verite)나 직접 영화(direct cinema)는 모두 움직임이 둔한 스튜디오 카메라의 반작용으로 생겨난 다큐멘터리 영역이다. ENG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피사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휴먼 다큐멘터리에서는 큰 장점이다. 여기서 피사체의 행동에 개입하느냐 안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최근 들어서는 더 작은 6㎜ 카메라가 일상화되면서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일단 카메라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활동성과 근접성이 뛰어나 쉽게 이동하면서 촬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비전문적인 인력이 6㎜를 촬영함으로써 카메라 앵글과 사이즈의 부정확성은 물론이고, 때로는 이미지 라인을 자유스럽게 넘나들고 피사체 심도(depth of field)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6㎜의 남용은 특히 시사나 고발 프로그램에서 많은데, 이는 그림의 질에 관계없이 현장을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풍토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6㎜를 쓴다면 단순히 간편성을 떠나서 조명과 사운드 리코딩에 더 많은 신경을 써서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다큐멘터리의 완성도

다큐멘터리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논할 때와 드라마의 완성도를 논할 때 요소와 관점이 다를까?

현장의 경험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 만일 다큐멘터리와 예능 프로그램이나 혹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논하라고 하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능은 기본적으로 'entertaining'이 목적이기 때문에 논리성이 부족해도 관계가 없다. 논리성을 깨는 의외성이 예능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예능은 논리성이 결여됨으로써 즐거움을 더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는 역사에서 그 시작도 같았거니와 실제 현실과 가상의 현실 차이만 제외하고는 완성도가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굳이 다큐멘터리를 논하면서 왜 드라마 이야기를 자꾸 하느냐 하면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리 전개나 스토리텔링의 방법 등은 유사하다는 점을 알아야 다큐멘터리의 완성도를 좀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큐멘터리를 팩트의 모음 정도로 이해해서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다. 왜냐하면 6㎜가 보편화된 요사이는 나가서 찍어 와서 편집하면 다큐멘터리를 한 편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VJ특공대〉나 〈무한지대Q〉 등을 모두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이런 포맷의 혼돈 속에서 리얼리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고, 팩트를 어떻게 가공해서 이를 스토리로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다. 현실은 존재하는 희한한 현장 정도로 이해하고, 팩트는 현장에서 찍히는 어떤 것이라도 되고, 스토리는 이미 찍은 것을 적당히 버무리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이다. 6㎜든 ENG 카메라든 이동식 카메라로 찍은 것은 모두가 다큐멘터리라고 칭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커다란 ENG 카메라가 6㎜보다 더 낫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다큐멘터리의 홍수 속에 제대로 만든 다큐멘터리는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1)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의 조건
우선 '완성도가 높다'고 하는 것은 쉽게 말하면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말한다. 그러나 '잘 만들었다'는 것을 정의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시청자들이 잘 만들었다고 판단하는 것과 제작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즉, 인상적인(Impressive) 판단과 프로그램 전체의 완성도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다음은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를 판정하는 기준이다.

(1) 다큐멘터리의 가치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는 뛰어난 다큐멘터리 가치를 항상 지니고 있다.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그 다큐멘터리의 가치가 다큐멘터리 전반에 걸쳐(대주제-중주제-소주제) 존재하고 다 보고 난 다음에도 우리의 가슴 속에 아스라이 남아 있다. 한 부분이 주는 울림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전체가 주는 감동이다.

다큐멘터리 가치는 다큐멘터리스트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현실 인식이다. 현실 인식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역사가 되든 사회가 되든, 문화가 되든, 인간이 되든 간에 그것을 바라보는 왜곡되지 않는 시각을 말한다. 그리고 그 현실 인식을 가지고 이 사회에 던지는 주제 의식이 다큐멘터리 가치인 것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문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는 우리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하는 이유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더 구체적인 가치는 각 다큐멘터리 내에서 찾아야 한다.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는 이런 가치가 좀 더 보편적이고 숭고할 수 있다.

(2) 창의성·상상력
그 다큐멘터리 가치가 뛰어난 창의력·상상력으로 포장될 때 완성도는 한껏 높아진다. 창의력이 결여된 가치는 진부한 영상 모음일 뿐이다. 그 가치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는 기획 의도와 맞물려 다큐멘터리스트의 창의력에 달려 있다. 창의력이 뛰어난 다큐멘터리를 보면 즐겁다. 상쾌하다. 비록 주제가 무겁다 하더라도 즐기면서 본다. 무거운 주제인데 보다가 재미없어서 채널을 돌린다면 그 다큐멘터리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것이다. 좋은 다큐멘터리는 보는 즐거움을 준다. 내용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3)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의 연결성과 일관성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이유는 '영상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상미가 주는 재미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비록 다큐멘터리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본다. 왜냐하면 영상미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HDTV가 일반화되면 영상미는 더욱더 좋은 다큐멘터리의 주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는 뛰어난 영상미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다. 스토리텔링의 주요 요소로서 영상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이 없이는 관객들에게 긴장과 이완을 줄 수가 없다. 스토리텔링이 없이는 스토리가 일관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라

(4) 쉽다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는 쉽다. 뛰어난 영상과 스토리가 상상력으로 버무려져 긴장감을 자아내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다.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는 디테일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문제는 완성도가 높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나오는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들을 보라. 모두 거액의 제작비와 많은 시간이 투자된 것들이다.

물론 돈과 시간을 많이 준다고 해서 다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창의성과 상상력은 돈만으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답은 있다. 창의성이 뛰어나면 적은 제작비와 시간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참고문헌

  • Aitken, Ian(ed.2005). Encyclopedia of the Documentary Film. New York: Routledge.
  • Bernard, Sheila C(2007). Documentary Storytelling. 양기석 옮김(2009).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북스.
  • Bruzzi, Stella(2000). New Documentary: A Critical Introduction. London: Routledge. Incisive critique of documentary traditions, examining mainly post-1960s material.
  • Holmes, Su and Deborah Jermyn(2004). Understanding Reality Television. London: Routledge. McDonald, Kevin and Mark Cousins(1996). Imaging Reality: The Faber Book of Documentary. London: Faber and Faber.
  • Rosenthal, Alan(1988). New Challanges for Documentar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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