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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원활하게 되면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의도와 뜻을 분명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 무릎에서 듣던 옛날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로 변한 호랑이를 피해 해와 달이 되는 남매 이야기. 들어도 들어도 지겹지 않던 그 이야기. 이처럼 명료한 스토리의 그 옛이야기 구조를 기본 틀로 삼아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것이 가장 뛰어난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본 논리는 시사·다큐멘터리·예능·드라마 등 어떤 포맷에도 통한다. 문제는 어떻게 살을 붙일까 하는 것이다.

잘 만든 스토리야말로 상대방에게 어떤 주제를 전달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스토리는 구성의 틀과 같이 전달되는 내용의 형식이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 영화배우는 A장소의 B라는 인물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A와 연관이 있는 C라는 장소로 옮겨왔다가, B와 연관이 있는 D에서 잠깐 머물다가, 결국에는 A와 전혀 관계없는 T라는 장소를 한참 이야기하다가, B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X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듣는 사람은 각 사람과 장소의 연관성을 찾는 데 실패하고 A와 X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각각의 장소와 인물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듣는 데서 대충 이야기를 이해하고 만다. 이 연예인은 이야기를 하는 재주가 정말 없는 특이한 경우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사람도 이야기를 전체적인 연결성을 가지고 끌어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스토리를 연결성과 완결성을 가지고 끌어가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이를 프로그램 제작과 연결시켜 말하면 스토리는 '방송의 내용'이고 스토리텔링은 '구성의 방법'이 된다.

좋은 스토리를 좋은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이를 완성도가 높은 영상이 받쳐준다면 훌륭한 프로그램이 나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1. 좋은 스토리란?

좋은 스토리는 몇 가지 요인들을 그 속에 보유함으로써 활성화되고 스토리텔링의 준비도 완료된다.

1) 등장인물
좋은 스토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건은 좋은 등장인물이다. 여기서 등장인물이란 반드시 인간일 필요는 없다. 동물이나 생물 등 다른 생명체가 되어도 상관없다. 그러나 움직이고 생각하는 생물체일수록 이들이 만들어 낼 극적 효과는 크다.

드라마를 생각해 보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등장인물은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 그저 그런 사람, 게으른 사람,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등 각종 캐릭터가 설정된다. 시사나 다큐멘터리라고 다르지 않다. 단지 드라마는 인위적인 설정이고 시사나 다큐멘터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드라마에서는 극적 구성을 위해 선악이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작가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펼쳐진다. 그러나 시사나 다큐멘터리에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이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자의 상상력에서 시작해서 실제 조사를 거쳐 그 인물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물이 없다면 소재로서 적합하지 않든가, 인물이 있더라도 약하다면 그 소재는 제작자가 원하는 그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2) 등장인물 간의 연결성
좋은 스토리가 되려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 훌륭해야 한다. 방송해야 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는 복잡하고 극적이 될 것이다. 드라마로 따진다면 한 시간 단막극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보통 5~10명이다. 이들 주요 등장인물 중 2~3명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거나 갈등 관계이고, 나머지 2~3명은 이들 주요 인물과 서브 갈등을 형성하고, 나머지는 다시 주요 인물과 서브의 관계에서 하위 관계를 형성하면서 갈등과 해소의 상황을 이어가고 이 과정에서 극의 시간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전체 극적 효과가 배가된다. 즉, 이들 등장인물들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유지했거나 아니면 앞으로 유지할 것을 암시한다.

시사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자. 흔히들 주요 인물 1인이 훌륭하면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1인 주인공의 성격을 부각시켜 줄 다른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상황 역시 뛰어나고, 이들과 주인공의 연결성이 훌륭할수록 시사나 다큐멘터리도 뛰어난 프로그램이 된다. 때로는 조연이 지나치게 재미있어서 전체 구성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연출은 이들 숨겨진 등장인물들을 찾아내고, 찾아낸 등장인물들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부각시키면서 강조하고 확장시키는 것이다. 역시 연결성이 없거나 약하거나 한쪽만의 연관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전체 균형이 깨져 훌륭한 프로그램이 되기 어렵다. 시사나 다큐멘터리도 주연, 조연, 조조연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어느 리얼리티 상황에서도 이들이 없을 수는 없다. 보통은 찾지 못하거나 구성에서 이들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3) 무생물 소재의 의인화
시사나 다큐멘터리에서 등장인물이 모두 인간은 아니다. 움직이는 생물체가 아닌 다른 소재는 어떻게 등장인물로 설정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비생물체는 그 자체가 소재가 되는 경우보다 비생물체와 이를 둘러싼 생물체의 관계가 시사나 다큐멘터리의 주요 스토리가 된다. 촛대가 소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촛대와 촛대를 훔쳐간 사람 간의 관계가 스토리의 소재가 되는 것이고, 도자기 자체는 그 아름다움만으로 소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도자기를 만들고 그 도자기를 운반하고 그 도자기를 판매하고 사용하는 사람과 맺는 관계가 더 훌륭한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칼 그 자체보다는 그 칼을 사용해서 살인을 한 사람과 연관성 속에서 더 좋은 스토리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생명이 없는 소재는 의인화시켜서 그 소재와 인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강조하고 확장하라. 생명력이 생긴 무생물은 의인화를 통해 활기를 얻고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형상화시키게 된다. 비생물체를 주인공으로 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하면서 주위 생물체와 이루는 관계를 재미있게 설명하라. 그 프로그램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차마고도〉는 그 자체가 험준한 길로서 영상적 힘을 주지만, 그 길을 위험하게 걸어가는 상인들이 있기 때문에 뛰어난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누들로드〉도 마찬가지다. '누들' 자체의 미각적 의미를 영상으로 아무리 뛰어나게 묘사한다 해도 그것이 문명에서 차지하는 인간과의 관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이는 영상미 넘치는 요리 프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생물이든지 무생물이든지 항상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것과 맺는 관계를 찾고 형성하라. 이것이 죽어 있는 주제를 스토리텔링하는 방법이다.

2.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방법

스토리텔링이 원활하게 되면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의도와 뜻을 분명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그 뜻을 곡해하고,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정반대 의미로 해석을 하게 되면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화자(speaker)의 원래 의도가 무의미성이나 이중의 뜻을 가지거나 원래의 뜻이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화자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기본 의도일 것이다.

1) 기승전결
기승전결이 드라마에서만 쓰이는 스토리텔링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시사나 다큐멘터리가 취재나 촬영된 영상물의 모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드라마나 시사나 다큐멘터리는 다 같이 기승전결의 이야기 흐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아니 가져야만 한다.

(1) 기(起)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전의 스트레칭 단계다. 그러나 단순한 스트레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몸의 각 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스트레칭이어야 한다.

(2) 승(承)은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자신들이 풀어갈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하나씩 선보인다.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상승하고 긴장한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기대감이 팽배해진다. 스토리텔링에서는 승 부분이 가장 길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3) 전(轉)은 전환이고 역전이다
한참 풀려 가던 스토리가 반전된다. 앞에서 말한 파도타기 이론의 리듬감 때문이다. 이 전환으로 지루함이 해소된다.

(4) 결(結)은 기승전의 단계를 거쳐 이야기의 갈등구조가 해소되고 결론에 도달한다
제작자·구성자가 제기했던 많은 의문들에 대해 시청자의 호기심이 모두 해소된다.

프로그램 제작에서 기승전결이 각각의 완결성을 가지고 서로가 침범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승전결은 각 부분에서 하위의 기승전결을 가질 수 있다. 단지 큰 줄기의 스토리에서 기승전결이 다른 부분을 침범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

기승전결 각각의 완결성을 제대로 정확히 알려면 스토리를 쓸 때 주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써 보면 된다. 전체 스토리는 시놉시스로 써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각 부분의 스토리를 간결하게 써 본다. 여기서 '간결하게'는 주요 등장인물 중 둘째 라인까지만 등장시키는 스토리라인을 말한다. 주인공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사람들까지만 등장시킨 요약된 스토리라인을 말하는 것이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발전된 스토리라인을 보려면 승과 전만을 더 발전시켜 본다. 사실 스토리텔링에서 결론은 승과 전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 등장인물 묘사
우리는 어떤 스토리를 생각할 때 등장인물과 같이 연결하여 그 스토리를 연상한다. 결론에서 죽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죽은 것이 중요한 것이다. 상황은 인물과 같이 올 때 더 극적이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에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를 잘 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든지 시사든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첫째, 내레이션보다는 등장인물 스스로의 자기표현으로 묘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레이션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인품 등을 묘사하지 말고, 그 등장인물이 자기 생활 속에서 다른 등장인물과 나누는 대화나 어떤 상황 속에서 대처하는 현장 등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묘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둘째, 제작자와 가지는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러나 인터뷰는 통상적으로 정리는 잘 돼 있지만, 편집 시 인터뷰 전 화면이나 후 화면과 단절감 때문에 항상 꺼림칙하다. 위기 넘치는 상황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정좌를 한 인터뷰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인터뷰를 어떻게 넣느냐는 생각 있는 제작자들의 큰 고민거리다. 어떤 때는 일부러 카메라를 어깨에 올려놓고(hand-held, 흔히들 '데모찌'라고 한다) 찍어서 흔들리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일부러 서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터뷰 그림의 단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어떤 제작자는 인터뷰 없이 현장 음만 가지고 편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뷰는 다큐멘터리나 시사에서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인터뷰를 어떻게 쓰느냐는 기획 의도 단계에서 신중히 생각해 보라.

① 인터뷰를 하더라도 정제된 공식적인 인터뷰보다는 현장에서 서서 하는 인터뷰가 몰입감을 준다.
② 인터뷰는 되도록 현장 분위기와 괴리되지 않는 핸드 헬드 카메라로 한다.
③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는 되도록 인상적(비주얼 이미지가 우선한다)으로 한다. 즉, 인물에 대한 묘사는 논리적으로 하기보다는 느낌에 대한 표현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묘사를 하더라도 인상적인 묘사를 먼저 한 다음 논리적이고 수치적인 묘사를 한다. 'A는 IQ가 150이다'라는 표현보다 'A는 머리가 굉장히 좋다. 어릴 때부터 천재란 소리를 들어 왔다. 나중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A는 IQ가 150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묘사한다.

이를 영상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같은 구조를 가진다. A의 천재성을 보여 주는 에피소드→A의 천재성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인터뷰→A와 인터뷰 : 당신은 천재라고 생각합니까?→A의 초등학교 기록부를 보면 IQ가 무려 150으로 전개한다.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묘사를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뇌 구조와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감정과 이성이 같이 나타나면 감정이 지배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상이 글보다 강력한 이유는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을 할 때 감정적인 부분을 먼저 내세우는 것이 우리 뇌의 반응에 순응하는 것이다. 이는 시사와 다큐멘터리에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표현 방법이다.

3) 이야기 구조의 논리성
스토리텔링은 영상에 기초한 논리적 흐름에 기초한다. 스토리텔링에서 논리란 이야기의 구조이며 주제를 쉽게 풀기 위한 방법이다.

스토리텔링은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어려운 주제를 어렵고 헷갈리게 이야기한다면 스토리텔링은 필요가 없다. 아무렇게나 이야기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헷갈리게 스토리텔링을 하는 시사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혹은 드라마를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이런 헷갈리는 스토리텔링을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또 하고 또 한다. 지겹다. 이 방법은 프로그램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쓰기도 한다.
② 이야기가 복잡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③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미 결론을 말한 것 같은데 뭐 하러 뒷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너절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④ 도대체 결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헷갈린다.
⑤ 재미가 없다. 흐름에 긴장감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채널을 돌려 버린다.

3. 뛰어난 스토리텔링의 조건

1) 논리적 구조가 명료하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더라도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분명하다. 관계 설정이 분명하지 않다면 이는 스토리텔러의 분명한 창작 의도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 불분명한 우연의 일치, 스토리텔러의 태만이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출연 빈도가 등장인물의 비중에 따라서 시청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등장한다. 느닷없는 등장이나 지나치게 안 보이다가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

등장인물은 나타날 분명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등장이나 혈연 관계에 따른 등장, 그 중에서 자연스런 필연 관계가 제일이다. 부모자식 간이거나 부부·애인 간이 자연스런 필연 관계다. 그 중 극적인 효과는 평소 존재하지 않던 자연스런 필연 관계가 제3자의 관계 때문에 수면 위로 등장하는 것이다. 지금 말하는 것이 드라마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고정관념을 바꿔라. 시사나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2) 이야기 흐름이 유려하다
스토리텔링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유려하다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이다. '군더더기'란 본 줄거리의 흐름을 저해하거나 역행하는 곁가지 이야기다. A씨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A와 관련이 있는 B씨 이야기로 간다. B는 A씨와 연관성 속에서만 시청자들이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B의 이야기를 A와 연관성 속에서 하다가 B와 연관이 있는 C로 슬며시 간다. 문제는 C가 A와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C는 A와 연관성이 없어도 B를 통해서 A와 간접적으로 연관을 가지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C가 가지는 시간이다. C는 B에 비해서 합리적으로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적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이야기의 흐름은 깨지고 왜곡되기 쉽다. 즉, 전혀 유려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만든 프로그램(드라마, 시사, 다큐멘터리)을 자주 보게 된다. 이를 두고 '스토리가 튄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A와 B와 C의 관계에서 하부의 하부인 C가 취재를 하다 보니, 혹은 이야기를 진행시켜 가다 보니 너무 재미있다고 하자. 이럴 때 이야기의 전체 구조는 생각하지 않고 C의 부분을 키워 버린다면 이야기의 유려함은 사라지고 부분적인 재미만 살아난다.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무심한 시청자들은 완성도에 관계없이 부분적인 재미만을 기억하고 “아, 그거 재밌다”라고 반응하고 시청률은 높아진다. 이런 왜곡된 스토리 관계를 이해 못하는 제작자들도 많다. 흔히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일일 드라마나 미니 시리즈 등에서는 이런 경우 후속 부분의 스토리를 바꾸면서 C를 부각시키고 전체 스토리를 처음의 시놉시스와 다르게 전개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사나 다큐멘터리 혹은 단품 드라마에서는 이에 대한 시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성안을 바꿔서 C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다시 꾸리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냥 두고서 스토리라인을 왜곡시키는 것보다는 완성도나 균형성이 훨씬 낫다. 즉 서브의 서브였던 C를 A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B의 라인으로 승격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토리텔링에 대한 논리 전개가 마치 드라마나 소설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착각이다. 스토리텔링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나 시사나 탐사나 뉴스나 어떤 영상 제작물에서 혹은 소설에서도 그 근본 원칙은 같다. 스토리를 시청자·독자들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스토리가 상징적인 것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구체적인 것이든 관계없다.

참고문헌

  • Bernard, Sheila C(2007). Documentary Storytelling. 양기석 옮김(2009).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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